[시인들 세상]

‘비 가는 소리’ 유안진 (1941~)

scholle 2017. 7. 14. 23:32

유안진 (1941~) 비 가는 소리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 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 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