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 조병화

scholle 2009. 5. 26. 01:43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 조병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당신에게는

나의 말을 전할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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