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설야 (雪夜) ..김광균

scholle 2011. 2. 19. 21:42

설야 (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 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홀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Bochum:scholle/19.0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