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 (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 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홀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Bochum:scholle/19.0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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