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실 / 글 / 도명(濤鳴)
한 줄기 시원스래 지나간 소나기
우물가엔...
물기 머금은 접시꽃 당신
하얀 잎새속 연붉은 자주빛 꽃으로 미소 짓네,
안마당 파란 하늘엔 빨간 고추 잠자리
줄지어 술래 따라 맴을 도네,
하루 종일 들녁과 과수밭을 보살피던 햇님은
붉게 물들 저녁놀 따라 서산 넘어 쉬러가고,
산넘어 숨어 기다리던 어둠이
재 넘어 어미소 따라
마을 동내 어귀 지나 삽작문으로 들어오고 있네
마실의 초가집 지붕엔
아낙네 밥 짓는 연기가 피어 오르네
어둠이 감싸드는 안마당
모깃불 짚어지고, 동산엔 달님이 찾아오고
밤 하늘엔 별님이 살며시 인사하네
모닥불속에 톡톡 구워지는 구수한 감자 냄새
뜰안 풀벌래 "찌르르" " 찌르르" 노래하고,
논두렁 개구리 "개골" 개골" 화답하고
뒤산 소쩍새 "소쩍" "소쩍" 정감을 더하네
다정한 누이는 동생 손을 살포시 잡고,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셈을 헤아려 가네
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저 별은 엄마별 그리고 저 별은 아빠 별.
은하수 건너 흰 구름 실려 다가선 달님은
교교한 은 빛으로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네
아늑히 들리는 풀 벌래소리 밤은 조용히 깊어 가네.
[Bochum:scholle/28.0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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