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산길에서/박종영

scholle 2008. 11. 10. 17:36

 

산길에서/박종영

 

산길에서 우르르 몰려와

발아래 궁구는 단풍잎 한 개를 주었다.

 

곱게 붉어진 입술,

여름내 부풀던 푸른 가슴이 가릉가릉 숨이 찬 모양이다.

 

주어 든 손이 시리고,

콧등이 시큰한 것은 설핏하게 스치는 늦가을

 

바람의 탓이려니 해도,

가늘게 잡히는 핏줄 바삭거리는 허리뼈의 울음을 달래보는 시간,

 

대리한 인생을 손에 쥐고,

나를 서러워하는 미망의 세월 안으로

가을 산은 또, 어이 눈물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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