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싫컷 별을 안고
부엉이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계호랑)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 하겠소.
노천명(盧天命)1912~1957 황해도 장연출생,
이화여전 문과졸업,
시원(詩苑) 동인,
여성특유의 예리한 감성과 특유의 청순한 서정시를 썼다.
그대로, 읽으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그대로 전달이 되는 시다.
그러면서도 한적한 시골의 고향을 연상케 하는 이 시는..
고독한 시인의 티없이 소박하고 순결한 심상이 감동적이다.
벌써 이 시가 쓰여진 시절이
지금은 벌써 고전이 되어 버렸지만
모든 세속의 욕심을 씻고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너무나 고독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이다.
참으로 절실한..
인간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일깨우게 하는 명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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