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중에서 / 장영희]
나한테 속지 마세요.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나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는 몇천 개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들을 벗기를 두려워한답니다.
무엇 무엇하는 '척'하는 것이 바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죠.
만사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되어 가고 있다는 듯,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것이 내 장기이지요.
침착하고 당당한 멋쟁이로 보이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지요.
그렇지만 내게 속지마세요.
나의 겉 모습은 자신만만하고 무서울 게 없지만,
그 뒤에 진짜 내가 있습니다. 방황하고, 놀라고, 그리고 외로운..
그러나 나는 이것을 숨깁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나는 나의 단점이 드러날까 봐 겁이 납니다.
그러나 이것을 말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 감히 당신께 말할 수 있겠어요.
나는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받아주고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고 비웃을까 봐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비웃는다면 나는 아마 죽고 싶을 겁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게 밝혀지고 그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납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함의 가면을 쓰고 필사적인 게임을 하지만,
속으로는 벌벌 떠는 작은 아이입니다.
나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관해서는무엇이든 얘기하고
정말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하지만 그럴때...
내가 말하는 것에 속지 마세요.
잘 듣고 내가 말하지 않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해야 하지만 할수없는 것들을 들어 주세요.
그렇지만 나는..
가면 뒤에 숨어있는 것이 싫습니다.
나는 내가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 싫습니다.
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진짜 내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도와줘야 합니다.
내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보여도 당신은 내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합니다.
당신만이 내가 쓰고있는 가면을 벗어버리게 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 주고
나를 격려해 줄 때, 정말로 나를 보듬어 안고 이해해 줄 때,
나는 가면을 벗어 던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숨어서 떨고 있는 벽을 허물고
가면을 벗어 던지게 할수있는 사람도 당신 뿐입니다.
당신은 나를 불안과 열등감, 불확신의 세계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말아 주세요!
그것은 당신께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두려움과 가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회의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게 더욱 가까이 올수록 나는 더욱 더 저항해서 싸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랑과 용납, 관용은 그 어느 벽보다 강합니다.
부드러운 손으로 그 벽들을 무너뜨려 주세요.
내 속에 있는 어린아이는 아주 상처받기 쉽고 여리기 때문입니다.
내 가면을 벗기고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해 주세요.
나는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나는 당신이 잘 아는 사랍입니다.
나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입니다.
나는 바로 당신입다.
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 / 장영희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이 있다.
신체장애, 암 투병 등을 극복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난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그냥 본능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건 의지와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내 안에서 절로 생기는 내공의 힘, 세상에서 제일 멋진 축복이라고...
난 그렇게 희망을 아주 크게 떠들었다.
여러분이여 희망을 가져라,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에피소드도 인용했다.
두 개의 독에 쥐 한 마리씩을 넣고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한 후
한쪽 독에만 바늘구멍을 뚫는다.
똑같은 조건하에서 완전히 깜깜한 독 안의 쥐는 1주일 만에 죽지만..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독의 쥐는 2주일을 더 산다.
그 한줄기 빛이 독 밖으로 나갈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되고
희망의 힘이 생명까지 연장시킨 것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읽은..
헨리 제임스의 "미국인"이라는 책의 앞 부분에는 어떤 남자를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나온다.
난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난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
아닌 게 아니라..
내 발자국 소리는 10미터 밖에서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크다.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 보조기까지,
정그렁 찌그덩 정그렁 찌그덩, 아무리 조용하게 걸으려도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깨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 다시는 장애없는 세상에서 永眠하소서"
[Bochum:scholle/09.0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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