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름다운 나의 나폴리(Napoli)! (사랑 노래 7곡)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예부터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를 인생의 3대 즐거움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나폴리인들의
예술적인 기질과 뜨거운 정열은 노래를 통해 만개했지요.
우리가 흔히 이탈리아 가곡이라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칸초네 나폴리타나(Canzone napolitana)
즉 나폴리에서 만들어지고 불려진 노래들입니다.
뜨겁고 정열적인 곡조, 흐물거리듯 부드러운 나폴리 방언
그리고 애절함과 달콤함이 뒤섞인 미성의 가수가
한숨처럼 쏟아내는 그 노래들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 솔레 미오(나의 태양) O sole mio는
나폴리 칸초네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어쩌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라고나 할까요.
흔히 ‘오! 나의 태양’으로 번역되지만
앞의 ‘오(O)'는 나폴리 방언에서 남성정관사로 쓰이는 말이니
’나의 태양‘이 좀 더 정확할 것입니다.
천국처럼 내려쬐는 남국의 뜨거운 태양을 찬미하다가
결국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구나!
폭풍우 지난 후 더더욱 찬란하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태양이 있으니,
그것은 나만의 태양. 그대의 얼굴 위에서, 더 밝게 빛난다.
나의 태양 O sole mio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태양의 나라 'O Paese d' 'o Sole 나폴리의 중앙역(첸트랄레)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릴때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마치 온 도시가 저를 반겨주는 듯한 즐거운 착각에 젖어서
“오늘 난 너무 행복해요.
사실 울음을 터뜨릴지도 몰라요.
나폴리로 돌아왔어요!
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기차는 역에 서 있는데, 벌써 저 멀리서 만돌린 소리가 들려요.
이곳은 태양의 나라!
이곳은 바다의 나라!
이곳은 모든 이야기가 사랑의 밀어가 되는 곳!
태양의 나라 'O Paese d' 'o Sole 스리테너 콘서트 1990)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나폴리 칸초네의 표정은 다양합니다.
이름난 성악가,
특히 이탈리아 테너들이 부르면 뜨겁고 남성적인 가곡이 되고,
나폴리 출신의 가수들이 노래하면 그것은 곧 애절한 연가로 변하지요.
대담하고 직설적인 가사도
나폴리의 달콤한 정열과 만난다면 예술이 됩니다.
안젤라 루체(Angela Luce)는..
영화배우이자 나폴리 칸초네 가수로 일세를 풍미했습니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나폴리 바다의 아련한 모습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안젤라 루체 (Angela Luce)
신세대 가수가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현재 나폴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
지지 피니치오가 끝간데없이 달콤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지지 피니치오 (Gigi Finizio) 나폴리(Napoli)는...
감정의 일교차가 큰 곳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모든 것을 단숨에 태워버릴듯
성미급한 열정을 전해 준다면,
해가 떨어진 뒤의 이곳은 쓸쓸한 애수와 그리움을 자아내는 공간이지요.
어둑해 지는 초저녁,
대지가 아직 태양의 기운을 조금 머금고 있는 그 즈음에
거리의 가수들은 만돌린을 꺼내들고
하염없이 아름답고 슬픈 사랑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대 창에 불 꺼지고 Fenesta ca lucive
이 노래는 15세기 초의 가슴 저린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귀족 빈첸초에게는
카테리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곧 젊은 기사와 사랑에 빠지는데,
빈첸초는 두 사람의 사랑을 용납하지 못하고 딸을 죽음으로 내몰게 됩니다.
연인은 비탄에 빠지고 그 심정을 노래로 불렀지요.
“불 밝던 창이 지금은 어둠에 잠겼어.
그녀의 언니가 말하길,
‘네 연인은 죽어서 땅에 묻혔어.
홀로 지새우는 밤마다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이제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고 말았구나.”
흔히 이 노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거리에서 구전된 작자미상의 유행가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대 창에 불 꺼지고 Fenesta ca lucive
테너 살바토레 피시켈라 Salvatore Fisichella)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나폴리 칸초네는 역시 마마보이들이 불러야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마보이들이란,
새까맣고 부리부리한 큰 눈, 구리빛 피부,
잘 생겼지만 뭔가 생활력이나 책임감은 없어 보이는
나폴리 청년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대책 없이 달콤한 사랑을 갈구합니다.
아니 그 사랑에 ‘매달린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까요.
허무하지만,
그래서 애틋하고, 불안하지만 그래서 꿈꾸듯 달콤합니다.
“그녀에게 이 말만 전해주오.
나 그녀의 찬미자, 꿈과 환상 속에서 길을 잃고
오직 그녀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시베리아의 백사자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마치 백작과도 같은 귀족적 기품이 넘칩니다.
그는 마마보이이기는 커녕 남성미로 가득 찬 멋진 신사이지요.
그가 부르는,
절규하듯 외치는 사랑노래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르스토프스키 (Dmitri Hvorostovsky)
먼 산타루치아 Santa lucia luntana 이탈리아의 통일이 토리노,
밀라노 등 북부를 중심으로 이뤄지자 남부는 정치, 사회문화적으로 철저히 소외됩니다.
결국 나폴리와 시칠리아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머나먼 이국땅으로 떠나게 되지요.
미국, 아르헨티나 등으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대거 건너간 게 이즈음입니다.
영화 대부2 의 소년 비토 콜레오네도 바로 이런 이민선을 타고
뉴욕으로 오게 되었지요.
먼 산타루치아(Santa lucia luntana)는
나폴리 이민자들의 망향가입니다.
배를 타고 멀어져만가는 고향땅 나폴리의 산타 루치아항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돌아오지 못할 고향은 가슴 속에 사무쳐 이제는 영원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르스토프스키 (Dmitri Hvorostovsky)
돌아오라 소렌토로 Torna a surriento 소렌토는
나폴리만 남단에 있는 작은 해안도시입니다.
예부터 고급 휴양지로 이름을 떨친 아름다운 곳이니
나폴리를 찾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러볼만 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 곳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나폴리 칸초네 한 곡 때문입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아름다운 저 바다를 보라. 보라
이 아름다운 정원을, 맡아보라 이 오렌지 향기를.
그래도 넌 안녕이라고 말하는구나.
날 두고 떠나지 말아다오.
내게 이런 고통주지 말고, 다시 소렌토로 돌아오라!
나를 살게 해다오!“
나폴리 칸초네를 가장 잘 부른 가수로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것이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입니다.
시칠리아 태생의 그는 살길을 찾아 북부의 밀라노로 이주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때 전쟁이 터집니다. 젊고 잘생긴 청년 디 스테파노도
곧 군대로 끌려갑니다만,
그는 죽음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 스위스로 탈출해
일종의 망명객 생활을 합니다.
1944년 스위스 로잔느의 한 라디오 방송국은
이 싱싱한 미성의 테너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레코딩으로 기록합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서
고국을 등지고 도피자 생활 중에 불렀던 망향의 노래.
너무도 싱싱하고 구김없는 그 미성이 오히려 비극적인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Torna a surriento,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 (Giuseppe di Stefano)
그의 나폴리 칸초네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립니다.
그 노래 앞에 성악가나 테너라는 수식어를 따로 붙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객(歌客), 그야말로 노래 하나로 장르를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던 디 스테파노입니다.
여행은 때때로 한 사람의 인생관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안온한 살롱과도 같은 북부의 우아한 도시들을 돌며
‘이탈리아의 정열’을 입에 담았던 건 약간은 부끄러운 실수였습니다.
남국의 땅, 그 직설적인 정열의 나라 나폴리에 도착한 순간
저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시작되었습니다.
‘돌아오리라 나폴리로!’
이렇게 외치며 애써 아픈 마음을 접어 넣고
다음 여행지로 향합니다.
안녕 나의 아름다운 나폴리! Ciao, mia bella Napoli!
[Bochum:scholle/04.0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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