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눈 깊은 하늘 / 안희선

scholle 2014. 12. 11. 19:38

 

눈 깊은 하늘 / 안희선

 

지워지는 하루의 풍경은

저녁을 향해 날으는 새처럼,

머얼리 도망간다

 

노을빛 꽃들의

몸서리치는 포옹에,

떨어지는 가녀린 잎

 

이 모두 아름다운 허위(虛僞)라 해도 좋다

진정 후회없을 고백으로

벌판을 딛는 마지막 햇살처럼

 

너도 나를 사랑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비록 내가 없어져도 좋을 이 계절

 

어둑한 바람결 선혈(鮮血)에 물든

그리운 가슴을 보러,

눈 깊은 하늘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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