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비 가는 소리 / 유안진(1941~)

scholle 2016. 7. 14. 04:00

 

비 가는 소리 / 유안진(1941~)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