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scholle 2009. 8. 9. 03:48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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