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가 을 노 래 / 글 / 이해인

scholle 2009. 9. 14. 21:33

 

가을노래 /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Bochum:scholle/14.09.2009]

'[시인들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가 봐 / 고미  (0) 2009.10.13
나의 9월은 /서정윤  (0) 2009.09.17
가을 서곡 / 박종영  (0) 2009.09.11
이별 연가 / 오현순  (0) 2009.08.25
아침의 향기 - 이해인  (0) 200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