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가을 서곡 / 박종영

scholle 2009. 9. 11. 20:57

 

"가을 서곡 / 박종영 "

 

가을의 첫 노래를 듣는다

문풍지 우는 소리에 한 겹씩 옷을 치장하는 창문 밖으로

새벽바람이 서성댄다

 

동동한 여름 이겨낸 손끝마다 물들여진 봉숭아 꽃물,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 밤을 새운 그리움이 금빛 햇살에 반짝인다

 

나는 무엇으로 이 가을을 대답할까?

담벼락에 등을 대면 서늘한 기운이 일어서고,

 

귀향의 길에서 차진 열매 하나 없이

허망한 가을을 맞아야 하는지를,

 

얻는 것과 버리는 것

모두 풍요하여 탐이 나는 세월,

 

한 움큼 푸른 구름 잡아 툭툭 헹궈내면,

가을꽃 향기는 한 줄 이별의 시를 쓴다.

 

[Bochum:scholle/11.0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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