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한 말 / 김명기
눈물을 머금는다는 말 처럼 아슬한 말 있을까!
늦은 술자리 끝 방문 열고 나서는데
아랫배 축 늘어트린 하현달 아래
꽃 지고 잎다 져 맨살만 하얗게 비치는 배롱나무 한 그루
그 가지 끝 지난 생을 마저 털어내지 못한 미련으로
터질 듯 말듯
차마 터트릴 수 없는 말간 눈물들 달려 있네
슬픔이 영글면 어젠가 터질 텐데
오롯이 작은 꽃잎에 메달려 짧게 지나간 사랑했던 날들
길게도 배웅하고 돌아서서
저토록 모질게 참는 몸이라니
머금은 몸을 가만히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보다
그의 생을 거슬러 올라가보기도 하는데
꽃피던 그 즈음이었던가 내 눈 끝마저 시려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상강(霜降)의 밤을 막 지나온 바람
그 가지 끝에 걸려 넘어지네
마침내 툭 터져 버리네 저 눈물들..
[Bochum:scholle/16.03.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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