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치고,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마산고등학교·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거쳐 1954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사범대학 재학 때인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잔상 殘像]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첫 시집 [목숨](1953)에서는 인간성의 긍정과 생명의 연소(燃燒)를 바탕으로 한 정열을 읊었으며,
그녀의 시에 있어서 가장 중심을 이루는 것은 가톨릭의 박애정신과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내면의 목소리로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노래했고,
갈고 닦은언어를 통한 유연한 리듬과 잘 짜인 시형의 아름다움은 읽는 이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 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 했음이라
눈 먼 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罰이여
이 타는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 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Bochum:scholle/18.0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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