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가을이 오는 소리...

scholle 2013. 9. 17. 06:54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 한 말

못다 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 잎 두 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 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Bochum:scholle/16.09.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