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겨울 포플러 / 홍윤숙

scholle 2014. 3. 28. 06:39

 

겨울 포플러 / 홍윤숙

 

나는 몰라 한

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

내가 왜 한 그루 포플러로 변신하는지

 

내 나이 스무 살 적

여린 가지에 분노처럼 돋아나던 푸른 잎사귀

바람에 귀앓던 수만 개 잎사귀로 피어나는지

 

흥건히 아랫도리 눈밭에 빠뜨린 채

침몰하는 도시의 겨울 일각(一角)

가슴 목 등어리 난타하고 난타하고 등 돌리고 철수하는 바람

 

바람의 완강한 목덜미 보며

내가 왜..

끝내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섰는지

 

모든 집들의 창은 닫히고

닫힌 창안으로 숨들 죽이고

눈물도 마른 잠에 혼불 끄는데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를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