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포플러 / 홍윤숙
나는 몰라 한
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
내가 왜 한 그루 포플러로 변신하는지
내 나이 스무 살 적
여린 가지에 분노처럼 돋아나던 푸른 잎사귀
바람에 귀앓던 수만 개 잎사귀로 피어나는지
흥건히 아랫도리 눈밭에 빠뜨린 채
침몰하는 도시의 겨울 일각(一角)
가슴 목 등어리 난타하고 난타하고 등 돌리고 철수하는 바람
바람의 완강한 목덜미 보며
내가 왜..
끝내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섰는지
모든 집들의 창은 닫히고
닫힌 창안으로 숨들 죽이고
눈물도 마른 잠에 혼불 끄는데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를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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