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별을 보며 / 이성선

scholle 2014. 3. 25. 23:00

 

[별을 보며 /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더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반달 / 이성선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보고 반은 네가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의 마음꽃

 

한송이 노을무덤 / 이성선

 

아내여 내가 죽거든 흙으로 덮지는 말아 달라

언덕 위 풀잎에 뉘여 붉게 타는

저녁놀이나 내려 이불처럼 나를 덮어다오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 보게 하라

여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린

시대와는 상관없는 사람 흙으로 묻을 가치가 없어

피 묻은 놀이나 한 장 내려 덮어 두었노라고

살아서 좋아하던 풀잎과 함께

누워 죽어서도 별이나 바라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