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감각 / 아르뛰르 랭보(Arthur Rimbaud)

scholle 2014. 5. 17. 16:25

 

감각 / 아르뛰르 랭보(Arthur Rimbaud)

 

푸른 여름날 상쾌한 저녁이면 오솔길을 가리라

밀 잎에 찔리며 잔 풀을 밟으며 꿈꾸듯 내딛는 걸음마다

신선한 그 푸름을 느끼리라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 뜨리도록 내버려 두리라

말하지 않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않으리.

하지만 끝없는 사랑이 내 영혼속에서 솟아 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마치 연인과 함께 가듯 가슴 벅차게 자연속으로...

 

Eric Satie의 Gymnopedie No.1을 새롭게 편곡한 Michael Dulin.

마국태생으로 줄리아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정통 엘리트 코스를 거친 피아니스트이다.

 

베토벤을 카네기 홀에서 연주했던...

대학시절 'The Alys Robinson Stephens Piano Prize'를

두 번이나 수상한 경력도 있는 순음악과 뉴에이지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곡을 겸하는 피아니스트이다.

 

2003년 그의 첫 뉴에이지 피아노 앨범 [The one I waited for]를 발표하면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룬다.

그의 첫 앨범은 2003년 미국 최고 권위의 뉴에이지 음악 전문 사이트인

NAR(New Age Reporter)챠트에서 3개월간 정상에 있었고

이어서 같은 해 9월 최고의 레코딩으로 선정된

두 번째 앨범 Atmosphere'를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

 

내가 좋아하는 Eric Satie의 Gymnopedie No.1이...!

맑게 튀는 물 망울 소리일까,

청명한 저녁하늘의 상큼한 푸른 바람일까! 얼마나 신선하고 투명한지...

전율하며 전신으로 번지는 그 싱그러운 울림에

마음마저 한없이 맑아진다. 투명해 진다.

만일에 Eric Satie가 이곡을 듣는다 해도 흐뭇하게 웃음 지으며 기뻐했을 것만 같다.

 

아르뛰르 랭보(1854 ~1891)

프랑스 출신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는

말라르메, 폴 베를레느와 함께 프랑스의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3대 시인중의 한사람이다.

 

중학교시절 모범생이던 머리 좋고 똑똑했던...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에 능통한 뛰어난 학생으로

14세 때는 라틴어 시로 수상경력도 있는 신앙심도 두터웠던 랭보였다.

 

문학에 몰두하던 그가 시를 쓰기시작하면서

빈번한 가출 등 방랑과 반항으로 학업도 포기하게 된다.

 

‘감각’ 그에게도 이런 풋풋하고 싱그러운 서정시가 있다.

내가 처음 접하고 랭보까지 좋아하게 된 시.

 

고향 샤르르빌에서 1970년 16살에 쓴 이시가 계기가 되어

폴 베를레느를 만나게 되는 랭보이다.

‘현대 고답파 시집’에 실리고 싶어 보낸 시로 이 시를 본 베를레느는

 

1971년 당시 26세로 랭보와 동갑인 17세의 앳된 신부 마틸드 모테와

갓 결혼한 신혼이었는데 랭보를 파리로 오도록 초청하여

그의 집에서 같이 지내도록 한다.

 

“오게나, 위대한 영혼이여,

모두 그대를 부르고 있네.

모두 그대를 기다리고 있네..”

 

이 거침없는 반항아,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 랭보는

파리에 온 첫날 고답파(파리의 이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인들)의

정통 시인들의 저녁 모임에서...

 

제일 어린 ‘천사처럼 고운 눈길’의 미소년 랭보는

에메랄드빛의 싸구려 술 압상트에 취하여 빙 둘러앉은

긴 테이블 위에 당돌하게 올라서서

오만하고 도도하게 구둣발로 느릿느릿 왔다 갔다 하며

그 유명한 시 ‘취한 배(Le Bateau Ivre)'를 낭송한다.

 

‘박사들에 둘러싸인 악마’

그 당시 감탄과 넋이 빠진 고답파 시인들의 표현이었다.

아르뛰르 랭보 아무리 물을 마셔도 채워질 수 없는 정신적인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미칠 것만 같은 갈증,

그로 인하여 점점 야위어 가는 나의 슬픔.

물을 마실 수 있는 일도 없는 마음의 구두사(九頭蛇)

 

고향에서 가출을 빈번히 하면서 고독과

적의(敵意) 속에 포위되어 있었던 랭보.

파리에서 버려진 ‘유배당한 천사’같은 랭보를 보고 베를레느는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목신(牧神)을 만나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했다.

 

‘지옥의 사내'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여성스런 성격의 베를레느.

이러면서 서로에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며

치열했던 동성의 사랑이다.

 

따라다니며 한사코 말리는 어린 신부마저 내 팽개친

베를레느와 영국, 벨기에..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도피적인 사랑으로 방탕한 생활을 지내다

싫증을 느껴 고향에 돌아와 집필한 그의 자서전.

 

생활에 대한 고백중의 싯귀는...

나는 무지개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던 것이다.

행복’은 나의 숙명이자 회한이며 몸을 좀먹는 벌레였다.

 

삶은 힘이나 아름다움으로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것일 게다.

많은 지탄 속에 세상을 흔들며 파멸적 생활로 떠돌던

두 시인은 끊임없이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벨기에에서 베를레느의 랭보를 향한 총격으로

마감을 하게 된다.

랭보와의 만남으로 해서 랭보와 마틸드 사이를 방황하며

누구도 선택하지 못한 채 부부사이에 불화가 끊이지 않다가

결국 부인 마틸드가 떠나버린 베를레느였고

랭보는 베를레느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자신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베르레느는 2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로 가고

랭보는 고향 롯슈로 돌아와 다락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베를레느와의 고통과 사랑, 갈등, 고뇌 등을 총망라한 시집

바로 ‘근대의 성서’라 불리우는... 유명한 산문 시집이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의

‘서시’ 중에서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에 팍 쓸어졌다.

나는 피의 바람에 몸을 말렸다.

봄은 나를 향해 백치처럼 무시무시한 웃음을 웃었다.]

 

[그토록 멋진 양귀비꽃을 나에게 씌워준 악마]

[사탄이여, 어릿광대여, 너는 너의 매력으로 나를 분해하려는가]

행복은 나의 업보, 나의 양심의 가책, 나의 고민의 씨앗이었다.

 

행복! 엄청나게 부드러운 이빨이 가장 침침한 도시에서-

꼭두새벽에-나에게 예고했다.

 

오, 계절이여! 오, 성곽이여!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극적인 표현만 조금씩 발췌를 했지만..

당시 동성애라는 금기시된 이질적인 짙은 사랑에 휘말려서

자신도 감당하지 못하며 쏟아내듯 써 내려간 랭보.

죄악에 빠져 들어간 것에 대한 놀라움과 환희 같은 절정의 언어들!

 

그러나 그의 감정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에 대한 야망, 동성연애, 베를레느에게 기대어 산 삶 등

이 모든 것이 둘이 살면서 느끼고 또 빼앗긴 그의 삶이란 걸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을 때는...

 

거기에 그 자신이 이미 포로로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 것,

더 나아가 깊은 자책의...

바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인 것이다.

그러면서 우울증에 빠지며 고뇌야 말로 생활인 것이라 노래하는 랭보였다.

 

“랭보의 놀라운 자서전이며 비통한 정신적 위기의 증언”이라고 한 베를레느!..

베를레느는 또한 그의 서시에서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이라고 랭보를 노래했다.

열정적이고 격렬하던 자기 파괴적이었던 위대한 두 시인의 사랑.

이 치열했던....

어쩔 수 없었던 회오리, 지옥의 불 길 속에서의 절규 같은 사랑이었다.

 

그래서 그리도 번득이는 ‘악마의 언어’같은 시들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낱말의 사전적 의미나 논리적 내용을 일절 거부하고

난해한 상징으로 가득 채운 그의 시들...

 

그럼에도 아름다운 건강하고 순진했던 어린 시절의 빛나는 추억,

섬광처럼 빛나는..

신선하게 휘몰려오는 그 넘실대는 큰 물결들의 가슴을 떨게 하는 그의 시어들!

오늘 날까지도 이미지의 풍요로움과 그 신선함은

다른 시인의 추종을 불허한 시집이다.

지옥에 떨어진 정신, 예술과 사랑에서의 실패를

고백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시집은..

프랑스 상징주의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왼쪽 첫번째가 폴 베를레느 그리고 아르뛰르 랭보

 

19세기 프랑스 화가 팡탱 라투르의 그림에서

테이블 모퉁이의 일부로 폴 베를레느(왼쪽)와 랭보(가운데)가 나란히 앉아 있다.

랭보는 프랑스 산문시의 최고봉을 이룬다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끝낸 후.

 

그는 예술적 자유의 세계에 만족하지 못하여

1875년 끝내 절필하며 문학을 단념하고 다른 세상을 향해 홀연히 떠나버린다.

 

베를레느가 붙여준 이름처럼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는 "파문을 일으킨 충격적인 사랑으로부터

충격적인 무의미에로의"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당시 불과 20세의 나이! 가정교사 곡마단의 통역사로

유럽 각지를 유랑하며 떠돌다가 1880년경 아프리카로 건너가

상인·대상들과 함께 무기 밀매까지 하며 돌아다니지만

역시 부적응과 불운의 연속일 뿐...

 

자신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환경을 찾지 못했다.

무릎의 류마치스가 악성종양으로 번져

프랑스 마르세유 병원에서 오른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게 되고

절망과 슬픔에 잠긴 랭보는 절규를 하며 생에 대한 애착과

포기를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며 몸부림치다

몇 달 후 숨을 거둔다.

그의 나이 37세에...

"우리 인생은 불행이다,

끝없는 불행의 연속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고향 땅 샤를빌메지메르에 있는 랭보의 무덤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며 진흙 길을 걸어야 했던 랭보는 그렇게 갔다.

그러나 조숙한 천재 시인 랭보의 영향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거쳐서 현대시에도 큰 영향으로 파급되어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시인은 길고, 거대한 타락에 바탕을 둔

모든 감각을 통해 선지자가 되는 것이다 "

(폴 드메니에게 1871년 5월 15일 보낸 편지 중에서)

 

탕아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의 랭보.

"취한 배"로 상징주의의 하늘에 혜성처럼 나타나

17세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은...

20세가 되자 문학과 완전히 절연한 천재 시인 랭보.

불과 3년여의 짧은 시간 속에 모든 것을 쏟아 내고

침묵으로 일관한 인상적인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신화 같은 절정이 아닐 수 없다.

랭보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고향인 샤를빌메지메르에 있는 랭보 박물관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십 여 년 전, 일간지에서 읽은 가슴에 다가오는 이 한마디에

수소문 하며 찾아 나서 온 책방을 헤매던 기억...

랭보의 싯귀였다.

 

그의 전기를 읽다 ‘감각’을 만나면서 그 풋풋한 싱그러움에

반갑게 설레이던 기억. 그러면 점점 빠져 들어가던..

감히 내가 그 기억들을 끄집어 내다니...랭보를...

 

그의 눈부신 시를, 파란만장한 삶을 내가 다 할 수야 없다.

듬성듬성 발췌하여 참 많이도 부족하다,

그렇지만...언젠가는 해야 할 것만 같았던...

아니, 하고 싶었던 랭보다.

 

그래서 처음부터 뜨겁게 가슴을 울렁이며 회상에 젖어 임했다.

책갈피마다 시를 옮긴 스티커며 그의 전기와 시집을

번갈아 비교해가며 페이지 수를 적어 놓기까지 한...

 

밑줄을 빨갛게 그어놓으며 한없이 빠져 들었던

그때의 내 열정이 그대로 살아나 그 기억에 다시 헤매고 있다.

아득한 옛일이건만...

잊혀지기보다는 더 소중해진 기억들.

나에게는 영원한 ‘랭보’다.

 

그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감각’의 랭보가

언제나 내 가슴에 살아있다.

잊지 못하는 첫 사랑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첫 인상처럼..

투명한 Simply Satie가 신선한 미소년 랭보의 모습인양

청명한 푸른 저녁 하늘에서 싱그럽게 흐른다. 환희 웃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