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일기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36세의 뇌종양 엄마]
7월말에 입원해 꽃 마을에서 약 2주 가량 지냈던
36세의 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두 아이의 엄마로 건강할 때는 근면 성실하게 살림을 꾸렸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도 많이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에 뇌종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중
더 이상 가망이 없어 꽃마을로 입원 하시게된 분입니다.
이미 전신이 굳은 상태로 마비가 되어 있었고
양쪽 팔만 겨우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뇌종양이 머리, 가슴, 허리까지 전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통증은 물론, 숨쉬기조차 어려워 목을 뚫어주었고
코에는 L-튜브를 끼워 음식물을 넣어 주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뇌압이 높아 이미 개두술을 한 상태였고,
뇌의 손상으로 인해 눈이 감겨지질 않아
눈동자엔 이미 두터운 막이 생겨 보이질 않았습니다.
턱이 벌어져 다물어 지질 않았고
아래는 소변 줄까지 끼워져 있어
식물인간 보다도 참혹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의식이 또렷 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금의 처지와 통증,
죽음에 대한 두려움,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
자식을 남겨두고 가야 한다는 절망감 등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는 것은
차라리 죽음 보다도 더한 고통이었습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이 자매는 전혀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남편 말로는 정말로 참을성이 많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찾아 왔을 때
환자가 의도적으로 코에 끼워져 있는
L-튜브를 빼려고 했습니다.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팔을 간신히 들어
줄을 잡아 당겼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도록 했습니다.
당신 이 줄을 빼면 음식을 못 먹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잖아.
그래도 빼고 싶어?
그렇게 하고 싶으면 손을 올려봐."
아내는 아주 천천히 힘겹게 머리 위까지
손을 올렸습니다.
잘 쓰지도 못 하는 팔이 그렇게 많이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목에는 계속 산소를 연결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당신 산소도 뗄까?
이 산소 떼면 숨을 못 쉬어 빨리 죽는데 어떻게 해,
그래도 떼?
잠시 후 팔이 머리 끝까지 올라갔습니다.
아까보다 더 높이....
그것을 본 남편이 아내의 목을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었습니다.
자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빨리 죽도록 해달라고 할까.
사력을 다해 자신의 심정을 하소연 했던
이 자매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음인지
며칠 후 임종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시라도 편히있게 하기 위해 몸에 부착되었던
모든 튜브를 다 뗐습니다.
서서히 꺼져가는 눈빛은
오히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편안함이 어려 있었습니다.
"애들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
당신 고생 많이 했어,
사랑해"
남편의 작별 인사를 들으며
가족들과 봉사자들의 기도 속에서
조용히 36세의 삶을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영원히 잠든 모습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주님!
이 자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어 주소서"
이글을 읽으면서 저도 울었습니다
남은 두 아이가 불쌍해서, 젊은 나이에 자식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모정이 너무 아파서...
우리 모두..
세상 살아가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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