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우리 부부 공원에 산보를 나왔다참 오랫만에 같이 와보는 공원이다..
잠깐 다녀 온다던 세월이 40여년이 다 되가니
이제는 정체성조차 혼란해 져...
내가 독일인인지 한국인인지 착각을 하는 적이 많아진다
거기다 나이까지 들어가니
치매끼(?)까지 생겨 혼란의 극치를 가고있는 중이니
참 큰일(?)이긴 하다..ㅋㅋ
처음 이 공원에 발을 디딘지가 언제던가 헷갈리니
그렇게 세월은 훌쩍 가 버렸나보다
공원 입구에 서 있는 1894년도에 지었다는 이집은 아직도 성성한데..
같은날 심었다는 고목은...
뿌리까지 썩어 영원한 시간속으로 사라지고 있는중이다
우리집 하늘은 신의 화폭이라고 늘 말하지만...
오늘은 기분좋은 신이
푸른 하늘에 구름을 그리고 있는 중인가보다
미풍에 흔들리는 잎새와 꽃들의
춤의 향연이...
하늘거리는 처녀들의 허리처럼 아름답다..
나비와 벌들은 꽃을 찾아 부지런히 꿀을 모으고
새들은 서로 희롱하며
사랑의 밀어들을 속삭이느라 정신이없다
여보..!
아마 우리는 이렇게 살다가 죽을꺼야..그치?..
그래서요!..언듯 말귀를 알아 들은 옆지기가
신문을 보다말고 처다보는 눈에 수 없는 언어가
춤을추며 달려들듯이 밀려오고...
겸연쩍고 좀 안됬던지...
잠시후에 미소진 옆지기가 툭 던진 한마디..!!
그러게 당신..!! 한국에 휴가좀 다녀 오라니깐요!..
아마 2주도 안되 돌아오고 싶어 안달을 하겠지만요!..
질문과 대답을 한꺼번에 해 치운 옆지기!!..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는 옆지기가 숄래는 참으로 부럽다
어쩜 저렇게도 철저하게 독일사람이 되 버렸는지...!!
아직도 학창시절의 친구가 그립고 고국의 정이 늘 그리운 숄래는..
이 집안에선 이방인의 고적함을 가끔 느끼곤한다
자식들이 오면 그 느낌은 더 심해지곤한다
독일어로 속닥거리는 옆지기와 자식들에게..
얌마..!! 집에선 한국말로 해...
잔소리도 수없이 해 보지만 독일어가 모국어인 자식들에게
더 이상 강요하기에는 자식들도 나이를 먹었다
눈뜨면 독일어로 시작해서 독일어로 끝내야 하는 삶인 자식들에게
내가 더 무슨 말을 하랴!
죄가 있다면 고국을 떠나 사는게 죄인것을...!!
어느새 이해못하는 자식들에게 독일어로 대화를 할라치면
작은놈은 항상 킥킥거리며 한마디 한다..
아빠..!! 한국말로 해..ㅋㅋ
그래 그래...인생은 짧다!
어디에 살던 너희들 행복하면 그것으로 감사할 일이지..!!
아무리 입에서 Scheiße(똥같은)...Scheiße를 외쳐본들..
숄래의 세월은 이미 가 버렸고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 남은 여생을 감사하며 살 일이다..
여보..!
당신 아이스크림이나 수박 좀 가져올까?..
처다보는 옆지기의 얼굴이 어느새 평화롭다
그래서...
삶은 조화의 기술도 필요한 법이다..
아이스크림을 가지러가는 숄래의 입에서
Scheiße 소리가 안 나오기를 간절히 빌어보는 오후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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