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죽이기 / 산해경]
이슥한 창가에서 달빛이라고 끄적이다가
문득 별이 보고 싶어져서 창문을 열었는데
어디서 또르르.. 또르르.. 달빛을 깁는 별빛 절창
시가 그만 또르르 굴러가고 말았다
손뼉을 딱!
솔던 귀가 죽은 듯 잠잠하다
[눈 / 산해경 ]
보리피리 품고 은하수 건너 숨차게 달려온
손이 흰 여자가
한숨같이 깊은 홀아비 꿈 속에 들어와
햇목화 솜이불을 가만히 편다.
[겨울 오동 /산해경]
무성한 번민의 잎 미련없이 벗어 놓고
찬이슬에 몸 씻고 동안거에 들어갔나
피안의 언덕 텅 빈 바람 소리 낮추고
버릴수록 고여 드는 그리움
[고백 / 산해경]
희비의 언덕 불모지를 향하여 떠나지만,
결국 자기의 눈물샘에 찍어 쓰는
가련한 한 줄의 시가 되고 말아
먼 후일,
자기 십자가를 진 카인이 되어
사랑은 오직 내 안의 그대뿐이라고 ...
마모(磨耗) / 산해경(山海鏡)
굼실굼실 세월의 강에 궁굴린 이순(耳順)
아홉 굽이 긴 고랑에는 빈 깃대만 바람 앞에 서 있고
세파는 모래톱에 수만 갈래 길을 냈다
찍어대던 부리는 세월 따라 흘러가고
어느 님의 호숫가에 찰랑거리고 있을까.
이제는 안으로만 쨍쨍 울리는,
맑은 물에 갓 헹구어낸 단순한 언어로
그래서 동그란,
어디서 한 번 본듯한 미소로만 남아라
[Bochum:scholle/14.12.2013]
'[시인들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받지 못하여..캐들린 레인 (0) | 2014.01.04 |
---|---|
“어머니 나의 어머니“/ 원영애 (0) | 2013.12.30 |
겨울 나무 / 김 남 조 (0) | 2013.12.14 |
기다린다는 것 / 이 정 하 (0) | 2013.12.01 |
어쩌다가.. / 이영순 (0) | 201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