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어머니 나의 어머니“/ 원영애

scholle 2013. 12. 30. 21:40

 

어머니 나의 어머니“/ 원영애

 

어머니..!

어머님 사시는 나라에도 흰 눈 내리지요.

하얀 버선에 흰 고무신 신고 나들이 하실 때의 어머님 생각나네요.

 

치맛자락엔 봄날의 꽃비가 마을 적시 듯 너울너울 쏟아지네요.

내 맘속엔 언제나 나들이하실 때의

깨끼저고리 속 어머니 살결이 그리움처럼 만지고 싶었던 기억,

 

손끝에 매달려도 보고 싶고,

멀리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무한으로 업히고 싶은 마음 아직도 가슴을 휘젓습니다

 

어머니!

꿈에라도 오시면 오신다면 흑백사진 속 흰 치마저고리 쪽머리 하고 오실까!

오얏꽃 핀 들을지나 개울건너 우리 집 찾아오실까

오월이면 감자밭두렁 쇠비름 김매러 호미 들고 오실까

 

어머님

눈감고 누워 삼삼히 그리운 고향집 그리며

아이들 뛰놀던 앞마당 보라붓꽃 웃는 장독대 둘러보러 오실까!

부엌 앞 샘물 길어 밥 짓는 냄새

아궁이속 콩깍지 토닥토닥 불꽃 이는 소리 그 소리 지금도 들리실까!

 

솥뚜껑 밥물 넘치면 행주로 눈물 닦아주며 화로 불 뚝배기 장 끓는 냄새 생각나실까

여름 날 모깃불 날리는 툇마루 누워 흰 호청 덮어 주시던 어머님 손길,

 

어머니!

어머니를 그리며 날마다 밤마다 그리움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6.25가 끝나고 아버님 먼 나라로 먼저 보내시고

일곱 남매 홀로 다독여 주시느라 손발은 날마다 흙투성이 되고

등엔 땀띠자국 마른 날 없으셨던 우리 어머니,

 

아픔이 많았던 내가 학질에 걸려 하루걸러 몸을 떨고 아파 할 때

어머님의 등에 업히면 아픔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편해지던 몸 그때가 생각나네요.

친척집에 볼일 있어 나들이 가시는 날 밤이면

외로워지는 마음 달래주던 노래가 생각나네요.

 

“따분 따분 따분새야

너 왜 울고 어디 가니. 우리엄마 산소에 젖 먹으러 간단다”

 

노래 부르며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머님의 치마폭은 왜 그리 멀기만 하나요.

 

누워 잠잘 때도 어머니 옆에 눕고 싶어도 동생과 힘센 언니가 가로막아

다가가지도 못했답니다.

언제나 멀어져만 보이는 어머니의 옆자린 그림의 자리였습니다.

어찌 지내시나요, 어머니.

 

우리 곁을 훌적 떠나실 때

나는 왜 어머님은 우리 곁에서 일하시는 모습으로만 느껴젔는지

통 돌아가셨단 맘이 안 들어 눈물도 나오지 않고 덤덤하기만 하였답니다.

 

그러던 것이 어머니 가시고 몇 달 지나 고향집,

어머님 사셨던 친정집을 찾았을 때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는지

남들 보기 민망하리만치 흐느껴 울었던,

늦게야 깨달아지는 마음은 뭐람니까.

 

어머니 보고싶습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어머님은 대답 없고 물안개만 눈앞을 휘돌아 나오네요.

감자 꽃 필 때면,,

어머니는 감자밭 밭고랑에 아직도 계시는 듯 눈앞에 어립니다.

언제나 우리를 반겨주시던 어머니.

어머니 사시는 나라에 우리가 찾아 갈 때 우릴 반겨주실 우리 어머니,

보고 싶어도 볼수 없는 우리 어머님. 그립습니다.

 [Bochum:scholle/30.12.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