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내가 좋아하는 길은 / 한수수

scholle 2014. 7. 1. 14:40

내가 좋아하는 길은 / 한수수

 

내가 좋아하는 길은 넓고 탄탄한 큰길이 아니다.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는 포장도로가 아니다.

 

넓은 물이 소리없이 흐르는 강 옆 풀밭에

사람들이 여러해 밟고 다녀 흙이 다져저 드러난 한줄기 좁고 긴 오솔길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새들에게 말을 건네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리라.

 

강건너 먼 산들의 능선을 바라보면서

길 옆에 앉아 쉬기도 하리라.

 

남보다 오래 걸려 멀리 가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끝났으니 길에서 내려오라 하고

 

왜 그것 밖에 못갔느냐 묻는다면

나는 그곳에 찾아온 새들과 이야기하고

그 강과 산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왔노라 기쁘게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