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길은 / 한수수
내가 좋아하는 길은 넓고 탄탄한 큰길이 아니다.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는 포장도로가 아니다.
넓은 물이 소리없이 흐르는 강 옆 풀밭에
사람들이 여러해 밟고 다녀 흙이 다져저 드러난 한줄기 좁고 긴 오솔길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새들에게 말을 건네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리라.
강건너 먼 산들의 능선을 바라보면서
길 옆에 앉아 쉬기도 하리라.
남보다 오래 걸려 멀리 가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끝났으니 길에서 내려오라 하고
왜 그것 밖에 못갔느냐 묻는다면
나는 그곳에 찾아온 새들과 이야기하고
그 강과 산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왔노라 기쁘게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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