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매미 소리 / 산해경(山海鏡)

scholle 2015. 7. 13. 01:57

 

매미 소리 / 산해경(山海鏡)

 

선잠에서 깬 아침

솔바람 소린 듯도 싶고,

창호지에 치는 싸락눈 소린가도 싶다가

차르르 차르르...

 

어린 나를 보릿단 위에 앉히고

아버지가 숨차게 내리막을 달릴 때

수레바퀴에서 나던 그 소리만 같아

 

혼자 계시는 어머니와 묵정 보리밭 옆

아버지 무덤에도 어김없이 한여름은 찾아오고

매미는 또 서러워져서 나무 등걸을 붙잡고

 

기다리던 세월보다 남은 날이 짧다고,

턱없이 짧다고 통곡을 해도

나는 그저 이명처럼 애절한 울음 더미에 떠 밀려

서늘한 통증이 잠시 스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