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 산해경(山海鏡)
선잠에서 깬 아침
솔바람 소린 듯도 싶고,
창호지에 치는 싸락눈 소린가도 싶다가
차르르 차르르...
어린 나를 보릿단 위에 앉히고
아버지가 숨차게 내리막을 달릴 때
수레바퀴에서 나던 그 소리만 같아
혼자 계시는 어머니와 묵정 보리밭 옆
아버지 무덤에도 어김없이 한여름은 찾아오고
매미는 또 서러워져서 나무 등걸을 붙잡고
기다리던 세월보다 남은 날이 짧다고,
턱없이 짧다고 통곡을 해도
나는 그저 이명처럼 애절한 울음 더미에 떠 밀려
서늘한 통증이 잠시 스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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