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싸우나 방 "
세상 없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몸을 풀어야 또 한주일을 버팅기지...
도대체 몸에 기름끼가 끼면 견디지 못하는 뭐(?)같은 성격탓인가?
3.4.일만 지나면 스멀 거리는 이 몸뚱이는
분명히 독일 "물"이 맞지않는 "한국산"이라 그럴거야..
아니면...
식구들 똥차 3대 고치느라고 늘 기름속에 살아서 그런가...
여하튼 일주일에 한번은 가야하는 "싸우나탕"
오로지 "코리아제" 라고는 나 혼자 뿐이고 아니,"메이드인 아시아"라고는
일년 내내 다녀봐도 거의 나 혼자 뿐이다 ..
그래도 이제는 이력이 나서 제법 세련 됐다고 자부하는데,
그 날은 싸우나 하기에는 아주 안성 맞춤인 날씨다.
비"는 억수로 쏟아붓고 비 쏫아지는 잿빛 하늘은 온 몸을 찌부둥 하게 하는 탓인가!.
싸우나실 마다,
사람들로 꽉 차서 큰 싸우나방 들이 만원 사례중..
비싼 돈주고 들어와서 비실 거리기도 좀 억울하고 양보만 하고 있을수도 없어..
여기저기 방마다 기웃거리고 사람이 적은방을 열심히 찾고있는데.
덩치가 큰 독일 사람들. 전부다 허벌쩍 벌리고 대자로 누워있으니
이 작은 몸뚱이 하나 누울 곳이 없구나!!
그런데.. 어.이게 웬일이야?
커다란 방 하나가 텅텅 비어 있기에 옳지...
하고 드디어 뜨뜻한 방에 홀로 앉아 "진짜 고독"을 질겅 질겅 씹고 있는데..
마침..
비발디의 4계절 중에서 "겨울"이 살곰 살곰 흘러나오고
술에 취하듯 어느덧 음악에 취해버린 나!,
스르르 잠이 들었던가보다!...
문득!.. 너무 덥고 땀에 흠뻑 젖어 눈을 번쩍 떴는데..
어이쿠.. 아니 .이게 왠 난리인가?
내 앞자리에도 내 옆자리 에도
온통 독일의 예쁜 아가씨들은 몽땅 잡아다가 옆에 앉혀 놓았는가.
온통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아가씨들 뿐이니..
감출 줄 아는게 "미덕" 이라는
한국적 교양 이라고는 씨갈 머리도 없는 독일 아가씨들..
온통 다 까발리고 앉아 있으니..
아이고... 나죽어!!!
안보는척 하면서 요상한 아시아 원숭이를 슬금슬금 처다보는
아가씨들을 보니 ..
일어나서 발가벗은 몸뚱이 흔들고 엉덩이 보여 가면서 나갈 용기가 싹 도망가고 ..
진땀은 나고 온몸의 기름기라고는 한방울도 안 남은것 같은데..
아이고...나.어떻해.. 평상시에도..
쑥맥인 나는 15년째나 싸우나에 다니면서도 혼탕에 한번 못가본 사람인데..
임자 만난 다더니 오늘 된통 걸렸네.
이때였습니다..
하늘이 무너저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진리 중에 진리를 터득한 것은..
오! 나의 구세주여 나의 사랑하는 뚱보여!..
아줌마가 하나가 뛰뚱거리며 들어오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150kg은 될 것같은
거구의 몸을 흔들고 출입구로 오는데..
아! 그 거대함이여 ..
아! 내 몸을 가려줄 위대한 엔터 프리이즈여...
챤스다..
이때를 놓치면 나는 여기서 죽는거야.
그 거대한 몸이 내 앞으로 오는 순간 자리를 양보하는 것처럼 여기 앉으세요~..
히히히.. 아이고.. 웃음 커녕은 그 뚱땡이의 몸이
내 몸을 가려주기를 하느님에게 갈구하면서 번갯불에 콩튀기를 했지요..!
휴~~~ 구사일생 나오기는 했는데...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한참만에 이유를 알았지요.
독일은..
남자 싸우나탕. 여자 싸우나탕.
그리고 혼탕이 따로있고 토요일 저녁부터는 전부 자연으로 돌아가 전부 발가벗고..
여자 남자 애들 할것 없이 같이 목욕을 하지요.
15년 동안을 남탕 에서만 비실 대던 내가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헤메다가 하필이면 혼탕 쪽으로 슬금 슬금 가는 것도 모르고
그것도 젊은애들 좋아하는 산소탕으로 기어 들어 갔으니..
완전히 적진 속으로 파고든 특공대 꼴이 됐는데..
기세는 좋았지만 완전포위 되어 풍지박살 나버린 나..
기진맥진.. 제자리로 돌아와 긴 한숨 쉬고 또 한번 휴~~~
아~남탕의 즐거움 이여, 아~나의 다정한 호모들이여,
그날 따라 뛰뚱거리는 "비개"들이 얼마나 다정해 보이던지..
거북이 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던가..
이제는 아무리 사람이 많고 자리가 없어도 며느리 시가쪽 안 쳐다보듯
아예 그쪽은 쳐다 보지도 않지요..
몇일후.. 어느 한국 목사님을 만나 그 얘기를 했드니 목사님 왈~
나는 목회하는 사람인데 나도 똑같은 꼴 당했으니 오죽 했겠오.. 후후..
오랜 외국생활은 사람을 어리버리 하게하고
칠칠치 못하게 사람을 만드나 보다 웃어야지요 ..히히히.
겨울이란 놈이 살곰살곰 다가 오는줄도 모르고 한껏 늦장 부리다가
12월 중순이 되도록 미루고 미루던 김장을 하자고 가게를 갔더니..
세상에...!
당연히 우리를 기다려 줄줄 알았던 배추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영양부족으로 노랗게 시들은 주먹댕이 만한 배추 비스름한 것만
몇포기 댕그러니 구석에 처박혀 나 같이 어리버리한 손님을 기다리고..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몽땅 주워담고 이거 7.8포기 가지고는
긴겨울 나기 힘들거 같고 할 수 없지..
여보, 우리 각개 전투 한번 안해볼래..
어리벙벙 하기는..
나만큼이나 지기 싫어하는 마눌님! 그게 뭔데요?
그렇지.. 군대 안가본 마눌님이 각개 전투를 알리가 없지.ㅎㅎ
그건말야.. 당신하고 나하고 잠깐만 이산 가족이 되어보자 이거지.
당신은 중부 이남을, 나는 중부 이북으로,
가계란 가계는 몽땅 뒤져서 배추 비슷한 물건은 무조건 수집하자 이거야.
하여간 김장은 해놔야 긴 겨울 살아 남을거 아닌가..
빨랑 당신은 당신 차 가지고 작전 개시 하고 나는 이 길로 시작해보지..
가게 마다 말라 비틀어진 배추 몇포기씩 주워담아 의기양양 집에 돌아오니
마눌님은 아직도 작전 중인지 보이지 않고 지치고 춥고 배고파
허기져 앉아 있는데..
저녁 어스름 해서야 들어오는 마눌님 그래도,
화색이 도는 얼굴에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니 .. 작전성공! 후후..
개선장군의 얼굴이 따로 있나..
둘이 합해서 총16 군대의 가게를 헤집고 다녔으니 이그.. 이눔의 김치가 뭔지..
히히 거리며 우리 마눌님 행복해서 하시는 말씀.
여보.. 우리 둘이 합쳐 65년을 외국에 살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영원한 김치 민족인가봐요!ㅎㅎ
웃어야 할찌..울어야 할찌!!..
[Bochum:scholle/15.12.2006]
'[주절이 주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의 간호사들의 삶" (0) | 2007.03.13 |
---|---|
"독일 깡패" (0) | 2007.02.27 |
"어느 아침에 생긴 일" (0) | 2007.02.27 |
"담배" (0) | 2007.02.26 |
"뾰족탑의 종소리" (0) | 2007.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