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꽃 시장에서]
찬란한...
햇볓이 유혹의 손짖을 하고
온갖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마음마저
둥둥 떠 다니는날
홀로 지내온 몇주동안의 지친 마음도 풀겸
꽃시장으로 나들이를 했다,
긴 겨울의
어둡고 우중충한 마음도 걷어내고
색색갈의 예쁜 꽃들의 미소만큼 ..
내 마음속에도 예쁜 색갈로 덧칠을 하고싶다
부추와 미나리가 한창 피어나는
작은 야채밭에..
토마토 심고 호박도 심고 온갖 야채도 심어
한 여름날 구수한 뚝배기 된장에
파 송송 썰어넣어..
입이 째지게 야채쌈으로 우물거리는
행복함에 젖어들고 싶다,
[햇볓이 따뜻한 행복한날에]
"봄이 오면 나는"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 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 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앞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 '봄이오면 나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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