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다쳐 잘 걷지도 못하고 답답해하는 할망구를 부축하고 산에 올랐다..
높지않은 산이니 내 팔에 메달려 올라갈수 있다기에
가을의 정취가 그리워 천천히 걸어본다
붉게 불든 산정에서 벤취에 앉아 시내를 보며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
그리고 시간속에 자신을 편안하게 맏기고 오래 오래 가을을 느껴본다..
가을저녁에 / 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 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 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 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 물로는 놀이 잦을 때...
한해의 수확을 끝낸 농부는 내년을 준비하느라 부지런히 땅을 고르고...
이제 대지도 조용한 휴식의 시간
산을 오르는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이 속절없이 낙옆을 떨구곤 외롭다 한다..
가을 햇볕에 / 김 남 조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 못 해 가슴 찢고 나오는 비둘기떼들,
들꽃이 되고 바람 속에 몸을 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아아 저녁 해를 안고 누운 긴 강물이나 되고지고
보고 싶은 너 이 마음이 저물어 밤하늘 되네
레미 드 구르몽(1858~1915) '낙엽' 시몽,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조병화(趙炳華)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이 지상의 그리움 / 도종환
가고는 오지 못할 임인 줄 알면서도
하루도 몇 번 하늘 끝 달려갔단 돌아오는
아직도 다 함없는 이 지상의 그리움
헤어져 가던 길 눈 내려 아득한데
새벽이면 길을 쓸고 진종일 기다려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지상의 그리움
살아서는 다시 못 뵐 임인 걸 알면서도
바람 불면 살아나고
별 뜨면 보고지운 아직도 살아 있는 기약없는 이 그리움
안녕, 언젠가 /츠지 히토나리
인간은 늘 안녕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돼
죽을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되는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불행도 없는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 올리고 싶어
더 늦기전에 거리의 낙옆조차 치워져 보기 힘들기전에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싶다
잘 가라고..!!
우리내 인생도 낙옆처럼 떨어저 뒹굴기전에
사랑했노라고
너를 오래 오래 사랑했노라고....
편지를 보내고싶다...
[Bochum:scholle/20.1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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