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이 주절이]

농장의 하루

scholle 2013. 6. 20. 00:19

 

잠결에 휘파람을 부는듯한 소리에 눈을 떠 밖을 보니

흐미하게 안개낀 농장에 서걱거리는 소리.

오늘은..

누가 농장을 방문했나 싶어 창문을 열어보니 흰꼬리 여우란 놈이

생쥐를 잡느라 폴짝거린다.

 

어제는 꿩이란놈이

여러마리의 장끼와 더불어 새로 난 새끼들과 함께

온식구를 대동하고 와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합창을 해 대더니

불쑥 나타난 고양이에게 쫒겨 혼비백산 사라저 버리고

생쥐를 발견한 매 한마리가 오랫동안 공중에서 움직일줄 모른다..

 

 

의자에 앉아 농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농장도 하나의 작은 세상임을 느끼곤한다

온갖 동물들의 서식처인 이곳에서도 양육강식의 처참한 싸움이 벌어지고

때로는 가슴아픈 살육도 벌어지곤한다

 

방금 새끼를 부화한 암젤이 새끼를 먹이로 사냥하는 까마귀와

까치와의 사이에서처절한 싸움(100%로 지는 싸움이지만)을 하는것을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새로운 생명은 여전히 다시 태어나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농장은 다시 평온속에 묻히곤한다.

 

 

말들이 풀을 뜯고난 후

트럭터가 한바퀴 돌아 남은 잔디를 깍아 버리면

숨을곳을 잃은 생쥐들이 구멍을 파느라 정신이없다.

이 시간이 고양이와 여우.

그리고 매와 독수리가 포식을 하는 날이다.

 

농장의 생쥐는 참 예쁘게도 생겼다

긴코를 가진 생쥐 사진에 모습을 담아보려고 덧을 놓아 생포했더니..

제풀에 놀라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고말았다

물론 다시는 덧을 놓는 일은 없었지만 ...쩝.!

 

 

일단 노출이되면 꼼짝 못하고 얼어 붙어버린 생쥐를

여우란놈이 희롱을 하나보다.

하루의 일상인데..

어쩌면 잔인한 먹이사슬을 느끼게 되어서 조물주의 잔인함을 느끼게된다.

 

먹는일에는 절대 양보 못하는 숫놈의 욕심에 쫒겨 도망치듯 가 버리는 암놈

내 아침식사는 어디있지!!...

 

흰 꼬리 여우부부도 한가롭게 아침 햇살을 즐기고..

 

 

시끄럽게 합창하던 꿩이란놈이

처자식은 다 어디다 두고 혼자 우리집 정원을 찾았다.

단단한 부리로 공연히 창문도 쪼아보고 유리도 쪼고 심술을 부리더니

마른 꽃씨를 먹고있다..

 

덕분에 일찍 호수가로 나왔다 .

걷는 일은 숄래의 일상이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걸을수 있다는것은 축복이리라!

변함없이 조용한 호수는..

가능하면 세상과 부딧치기 싫어하는 나에게 평화와 잔잔한 기쁨을 나눠 주곤한다.

백조와 청둥오리

그리고 갈메기는 늘 호수에 한폭의 그림들을 그리며 다닌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호수의 산 언덕으로 걸을수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길인데 지금은 아무도 걷지않는 호젖한 산길

여기저기 길을 찾아 헤메는 숄래에겐 새로운 기쁨의 길이다.

 

 

산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무념 무아상태에 빠지게 된다.

말이 없으니 생각도 없어지고 생각이 없으니 내가 사라진다.

내가 없으니 고통도 힘든 일도 없다.

[Bochum:scholle/19.06.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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