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갑니다!
풍성하게 한해의 곡식을 거둔 농장에는
양들이 풀을 뜯고
여름내내 아름다운자태를 뽐내던 장미꽃들도 안타까운 모습으로 시들어 갑니다
뒷곁의 조금만 텃밭에 심어놓은
고국의 배나무 두그루에도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올봄에 세상에 나온 새끼 말들도
어느덧 훌쩍 커 버리고...
먼땅 독일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 온 오직 하나뿐인 친구도
어느덧 불유구(不踰距)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것은 시들어가고 병들어가고 낙옆처럼 떨어집니다
후드득 후드득 내리는 가을 비처럼...
비 탓인가 봅니다.
온통 젖어오는 가슴에 빗소리만 가득합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문득 천상병시인의 시가 생각 나 적어보았습니다.
[Bochum:scholle/15.09.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