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이 주절이]

여보..! 당신 그만 돌아왔으면 좋겠어..!

scholle 2015. 7. 7. 04:32

38도를 오르내리는 불볓 더위에

하던 일 모두 포기하고 정원의 한쪽 그늘에 길게 누워버렸다.

 

그늘에서의 온도계가 40도를 가르키니

한낮의 뜨거운 햇볓속에선 과연 몇도나 나갈까!!

움직이기도 귀찮을 정도로 한낮의 뙈약볓은 사정없이 내려 쪼이고

정성들여 심어놓은 깻잎.풋추 고추등도 불덩이같은 더위에 시커멓게 타 죽어간다..

 

하기사 옆지기도 없으니 타 죽어 없어진들 어떠랴..!

대야에 발이나 담그고 책이나 보자고 무심코 틀어놓은 호수물에 발을 담갔다가

뜨거운 물에 기겁을 했으니 날씨조차 제 정신은 아닌것같다..

 

오늘 하루만 전국각지에서 24명의 삶들이 더위를 피하고자

물놀이를 하다가 혹은 연노한 노인들이 심장마비로 삶과 이별을 했단다.

 

그 누가 코앞의 죽음을 생각이나 했었을까?

93세의 노모 병수발을 하겠다고 떠난 옆지기가

한국에서 머문지가 벌써 5주를 훌쩍 넘겼다...

 

쉽지않은 선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1급 장애인인 장모님 대소변 갈아대고 식사준비에 혹은 진땀나는 더위에

흠뻑 땀을 흘리고나면 밤이되면 거동조차 하기가 힘들다던데...

 

낮시간엔 주무시고 밤만되면 불러대고 보채는 탓에

피곤과 스트래스로 우울증에 걸릴것 같다는 옆지기..

 

문득 오래 산다는게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살다가 거동을 못할 나이가 되면 훌쩍 떠나는것이 남은 자식들에게

고통을 안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기사 인명은 제천이라는데 어쩌랴..

실낱같은 명줄조차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것을...

8명의 자식들이 한사람을 모신다는것도 쉽지많은 않은것같다

 

아들들과 며느리들의 수발을 받아가며 40년을 앓아 누웠으니

식구들의 고통이 오죽했으랴!

이젠 모두가 지쳐버린 모양이다..

 

그동안 입원과 퇴원을 수없이 반복하며 없엔 돈도 어찌 다 말하랴만

그나마 형제들의 경제적 도움으로 지금까지 걱정없이 살아오셨으니

이젠 그만 훌훌 털고 떠나셨으면하는 마음이다.

 

이젠 다들 너무 지쳐버렸는지 그만 떠나시기를 바라는

형제들의 마음도 백번 이해가 간다..

장수한다는것이 이쯤되면 모두에게 고통이지 싶기도하다..

 

이제는 더 이상 모실 여력이없어

요양원으로 보내려고 다 준비햇던 모양인데

차마 요양원으로 보내기 안타까웠던 옆지기가

남편과 자식들도 다 팽개치고 자기가 모시겠다고 때를 써서 가더니...

 

한국으로 간지 한달만에 사고로 갈비뼈가 세개나 부러지는 바람에

이젠 환자가 두사람이 되 버렸다...

 

움직이면 안된다는 의사의 말은 제처두고라도

장모님을 모실수가 없게 됬으니 이젠 이 노릇을 어찌하나 싶다..

꼼짝못하고 누워있는 옆지기 대신 장모님을 모신다고

수술로인해 걷는게 불편한 옆지기 언니가...

 

불유구(不踰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환자 둘을 보살피느라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참으로 죄스럽고 미안할뿐이다.

 

뚜르르 뚜르르...

늦은 밤 잠이 안와 전화했다는 옆지기..

여보..여보.. 어머님이 다음주에 요양원으로 가신다네요!

가셔서 4주만 계시다가 옆지기가 다시 건강해지면 계속해서 모시겠다고 했더니

그러마고 하시드라네요!

그동안 열심히 건강 챙겨서 장모님을 모시겠다는 옆지기...!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이 있다는 것이라는데

장모님도 이제 평화속에 그 축복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여보..! 당신 그만 돌아왔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