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벼운 날들의 생 / 함성호
다만 네 몸안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싶네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헌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 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아,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
[함성호 시집 '성 타즈마할' 중에서]
요한 스벤센 / 로망스 G장조 O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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