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이 주절이]

"독일의 간호사들의 삶"

scholle 2007. 3. 13. 08:53

 

여보! 빨리 자야지!

지금 몇신데 그러고 있오.

네.금방 잘 꺼예요.

밤 12시가 되 가는데~ 지하실에서 뭘하고 있는건지!

내려간지 한시간이 넘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내려가 봐야겠다

 

고혈압으로 늘상 고생하는 옆지기가 걱정 되곤 하는데.

방금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를 널고있네.

 

여보! 내가 할테니 당신은 어서 들어가 자구려.

알았어요, 곧 들어갈께요! 새

벽 6시부터 시작하는 독일의 병원은..

 

대략 새벽 5시는 일어나야 하고 세수에 머리도 대강 손질하고

크림도 바르고 직장까지 운전하고 갈려면 ~

지금 일어나야 하건만 오늘은 소식이 없다.

새벽의 자명종 소리는시끄럽게 울려대는데 꿈쩍도 않는 마눌님~

 

도저히 피곤해서 못 일어 나겠나보다.

그것 보우!

빨리 자래니까. 늦장 부리더니..

힘들어 하는 옆지기 보고 있노라면 찡~하고 아파오고..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이고생을 시키나!!.

햇수로 34년!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3번 하고도 반이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아니..

서울의 세브란스 병원에서 3년 일한 것까지 합치면

벌써 강산이 4번을 돌아가는 중이다

 

병원은 소리 없는 전쟁터다

하루에도 수 없는 사람들이 병으로 들어오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잠시 나갈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중에야 어떻튼 행복한 사람들이다

결국은 나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일생을 마치는사람도 수없이 많으니까!!

 

간호사 업무에 관한한 병원의 씨스템이 후진국(?) 수준인 독일은..

대부분의 일을 간호사들이 다 처리한다.

환자들 똥 오줌 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그 바쁜 중간 중간 환자들 식사까지 간호사들이

다 날라서 나눠 주어야 하니 그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래서 여기서는환자의 보호자가 필요치 않다]

 

몸 무게가 보통 90~100 kg 이상은 나가는 독일의 뚱보 환자들을

50키로도 안나가는 가날픈 몸으로 운반하고 일으켜 세우고

환자들 나르고 힘든일 하다보면 견딜 재간이 없고 늘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여보!, 의사한테 가서 치료 받고 맛싸지도 하고 그러구려..

어느날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지..

의사한테 가서 싸인 받고 전문 맛싸지사 한테 갔다 왔는데..

여보! 나...다시는 안 갈테요!.. 왜??

아이고! 도둑놈 같이 생긴 독일놈이

글쎄 사람 몸을 무슨 빨래인줄 아는지 쥐어 짜는데 아파서 죽을뻔 했우!!

징그럽기도 하고..^^

그러니까 마싸지지..살살 만지면 효과가 있남!!ㅋㅋ

덕분에 집에 있는 나는 또 하나의 부업이 생겼고 시간만 나면..

여보!!..요기 좀 여보!!..저기 좀,

제법 나도 마싸지에는 일가견이 생겨서 이제는 옆지기 몸만 비틀어도

어디를 맛싸지 해야 되는지 통달을 해 가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독일 살아가는 동안 별것을 다 배우고 살아가네..

내 직업인 본 직업은 빼 놓고도..

미용사 요리사 정원사 건축사 세탁소 사장 자동차 수리사

이제 맛싸지사 자격증도 따고 있는중이다,ㅎㅎ

 

와우!!..참,많기도하다.

우리 옆지기는!!..

간호사 요리사 파출부 정원사 아이고!!.. 고만하자!

하여튼 직업이 많으니..

우리집은 굶어 죽을 염려는 절대 없다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일들이 무슨 인생 계급장도 아닐텐데..

우리는 뭐가 이렇게 주렁 주렁 달렸는지,

인건비가 삐싼 이 나라에서는 본인이 직접 안하면 몽땅 돈으로 때워야 한다

 

그러니, 아쉬우면 배워서 스스로 해야한다

지금 살아가는 집도 뼈대만 시공사에서 지었고

나머지는 몽땅 스스로 내가 몸으로 때웠다

이게 독일이고..

한국인들이 여기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징그럽게도, 정말 오랜세월 간호사 생활을 했건만

언제 이일이 끝날런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연금 연령이 바뀌어 67세까지 일을 해야 연금 전액을 매달 수령 할수 있으니..

이눔의 나라는 죽을 때까지 일만 시킬 모양이다

성인이라면 몇몇의 실업자들을 빼 놓고는 독일 인구 팔천만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불만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국민들을 쥐어 짜도 데모 한번을 하지 않는걸 보면

참,! 독일 국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 주고있는 연금도..

경제가 조금 어려워지자 연금법을 새로 만들어 연금에서 적지 않은 돈을 떼어가도

국민들은 묵묵부답이다,

정부에서 무슨 일을 결정하면 묵묵히 따르는 국민성이 성실해 보이지만

어떨 때는 바보 같아 보이고..

회사에서 데모 한번 할려면 그것도 데모하기 전에

경찰에 먼저 신고해서 우리 대모합니다..하면,

경찰차가 앞에서 에스코트 해주고 기껏해야 호루라기 불고 뒤에서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데모한다고 알리면서 한바퀴 돌고나면 끝이다

 

0.2%정도 올려준다..

코끼리 코에 비스켓이다 그래도 모두 다 행복해서 헬레레!!..

데모하면서 "피"보는 일은 이 나라는 절대 없다

어쨋든 답답한 독일 사람들처럼 67세까지 일을 하고나면

옆지기는 살아 남지 못할것은 자명해서.. 나는 절대 반대다

 

여보! 60 되는 날"쫑"해 버리자구!..

내가 받는 연금하고 당신이 좀 덜 받드라도 둘이 합치면 굶어 죽지는 않을텐데..

고만 두자구.. 죽으면서 돈 가져 가는 것도 아닌데..

 

여보! 억울해서 그래요! ???..

평생을 일했는데 육십에 고만 두면.. 여보,,우리 나이가 몇인가!,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다고..

평생!. 멋이라곤 모르고 살고 얼굴에 크림 이외에는 발라 본적도 없는 옆지기,

사실은 멋낼 시간도 없지만..

아니 도대체가 멋내고 뭐고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독일에 살다보니

습관이 된 탓인가보다

 

몇년 전에 엄마 보고 싶어 징징(?)^^ 울기에.. 그래!

살아 계실때 뵈어야지 돌아가시면.. 후회 뿐이 없는 것을..

어서 갔다 오구랴. 몸을 잘 못쓰시는 엄마 불쌍타고 이것 저것 준비하는 마눌님!!

그리고, 힘들게 한국에 휴가간 옆지기에게..

처제가 그러드란다,~~

언니는 꼭"연변"에서 온 여자 같애.ㅋㅋ

오죽 거지 같아 보였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하기야~ 청바지에 쉐타 걸치고 간 여자가 멋쟁이 많은 한국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테지..ㅎㅎ

옆지기가 그랬단다 야! 그런 소리 말어!!

독일에서는 내가 멋쟁이야 그래두~ 후후후..

에고~그 속이 오죽했을까!!..

 

그래도, 우리가 도와줬던 사람들 다들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평생동안 친정 어머니 조금씩 봉양 해 드리고..

유럽 구경하고 싶어하는 친척들..

그래~그래~우리 살아 있을때 오너라.

우리라도 있으니 구경 시키지! 몽

땅 불러다가 유럽 여행 시키고..

그래도 잊지않고 고마움을 갚겠다고 여기 저기 끌고 다니는 바람에

독일 촌여자 호강하고 온 모양이지만..

 

독일에 돌아와서 하는 말~ 여보.. 물건 값 깍는거 피곤해서도

나는 한국에서 못살것 같애,

몸 아프신 친정 엄마랑 택시 좀 잡을랬더니

택시 운전사들이 보고 다들 도망 가 버리드란다,

독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이고!!~ 나는 영원한 연변 여자래도 좋으니까!,

여기서 살래~ 후후후

이게 한국 간호사들의 현재 살아가는 모습이다,

간호사 한사람 한사람 마다 숱한 사연들 안고 살아왔고 살아 가지마는..

초창기에는..

이, 무겁고 힘든 삶의 십자가를, 외롭고 고독한 삶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꽃 같은 목숨을 끊은 간호사들이 얼마였던가!.

 

이제 나이들이 대부분 60줄에 들거나 훨씬들 더 먹은 간호사들..

오늘도 변함 없이 묵묵히 그 힘든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한국의 간호사들!!.

이렇게 숙연한 간호사들의 삶의 진실 앞에 같이 울고 웃으며

살아본 나로서는..

두손 모아 이들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싶다

장한 대한의 딸들이여!! 라고..

 

[Bochum:scholle/13.0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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