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이 주절이]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하려는지"...

scholle 2007. 9. 20. 05:26
 
Bonn 근처의 Drachenfels 와 라인강" 죽은듯이 누워 한시간을 꼼짝도 안하고 있기에.. 혹시나 해서 깨웠단다, 어깨를 흔드는 감촉에 얼핏 눈을 떳지만 언뜻 여기가 어디던가 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죽을것 같은 피로감과 온몸의 고통이 더는 견딜수 없어 잠시 쉬자고 온 싸우나탕.. 무슨 인연인가 십년전에 만나 친해진 알프랫이 늘상 싸우나탕에서 만나면 큰 소리로 부르며 끌어안는 통에 덩달아 유명해진 나는... 그렇게 많은 빨가벗은 독일 친구들과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히틀러 시대에 히틀러의 소년병으로 끌려나와 나중에는 공군의 전투 비행기 조종사로 숫한 전투에 참가 했다던 알프랫... 이제는 그도 늙었는가보다 아무리 전쟁이기는 했지만 죄없는 사람들을 죽인것이 마음아파 나만 만나면 히틀러를 억세게도 욕하던 친구다. 이 친구가 왠일이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마누라를 좀 작작 사랑 하란다 이 친구는 내가 마누라와 사랑하느라 피곤해서 그런줄 아는가 보다 물론 농담 잘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봄 부터 시작한 공사.. 이제 가을의 중턱에 왔건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새로 만들기 시작한 나홀로 공사가 그렇게 빠르게 진전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마는 일을 하다보니 참으로 첩첩산중이다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이 나타나고 그 일을 해결하고 나면 한주일이 훌쩍 가 버린다 18년 전에 집을 지을때 정원을 전부 통나무로 장식하고 축대조차 통나무로 골조를 만든것이 이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썩어가기 시작하니.. 매일 쏫아붓는 독일의 비를 생각못한 나의 불찰이지만.. 매일 걱정만하는 집 사람을 보다 못해 쉬운것들은 내가 하기로하고 좀 힘들고 어려운 공사를 독일회사에 맡겨 볼 생각으로 견적을 냈드니.. 아이고 맙소사! 만삼천 유로가 나왔다 거기에 물건값 까지 합하면 대략 자동차 한대값이다 독일이 어떤 나란가! 절약 정신이 투철하고 물 한방울 아껴쓰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 더구나 유로가 탄생하고나서 봉급이 반으로 짤린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어쩌자고 노동 임금만 높여져서 만삼천 유로라니.... 여보! 나는 도저히 억울해서 그렇게 못하겠오.. 차라리 내가 천천히 해보리다. 힘들지 않겠어요? 걱정하는척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마눌님의 속을 모를리 없으나 어쩌랴.. 아직은 젊을때 내가 해야지 해서... 시작한 일이다 하루종일 쥐 죽은듯 조용한 동내가 갑자기 시끄럽다, 매일 땅 파는 기계소리 요란하고 하루에 썩은 나무둥치 뽑아 내는데만 추럭이 하나다 40kg 짜리 씨멘트 150포를 비빔밥 처럼 모래와 버무리고 쏫아붓고 천년 만년 가라고 돌 기둥으로 세우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중간에 큰 아들놈 이사가는 집 고처주랴 퀠른에 사는 친구 새로 개업한 가개도 공사를 해서 끝내주고 나니 쇠 덩어리가 아닌 바에야 몸이 견딜 재간이 없다 이제 마지막 남은 10m 의 축대공사를 남겨두고 결국은 온 몸이 뒤 틀리고 위험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온몸은 퉁퉁 붓고 온몸의 장기마다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자그만치 몸무개가 5kg 이 빠졌다 그동안 자빠지고 엎어저서 깨진곳 만도 여러 곳이고 온몸은 상처 투성이에 인내심도 한계가 왔나보다. 어쩌다가 이렇게 �楹�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여자를 사랑하던 아담하고 예뻤던 옛날의 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힘줄이 돋은 세월의 연륜만 가득 묻힌 억센 손이 나를 물끄러미 처다본다 외국생활 삼십 몇년에 변해도 너무 변했다 나는 자동차 정비사다. 면허만 없을뿐이지 주위의 아는분들이 차만 고장이 나면 끌고오는 제법 할줄아는 정비사다 우리집의~ 똥차 4대를(이사간 아들놈도 꺼덕하면 차를 바 달라고 가저온다) 돈 들이지 않고 순전히 내 노동으로 고치고 조이고 딱아주는 무면허 정비사다 나는 미용사다 우리집 사람 머리를 비롯해서 자식들 머리를 삼십년을 깍고 다듬었으니 서당개 삼년이면 시"를 읊는 다는데 나도 그 쯤은 �瑛만�라 나는 요리사다 독일 음식을 비롯해서 청국장에 짜장면 까지 만들어 먹이고 겨울이면 김장김치 총각김치 까지 끝내주는 무면허 요리사다 나는 무면허 안마사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힘들고 어려운 직장근무 끝내고 여기저기 아프고 결리는 몸뚱아리를 주체못해 슬그머니 미안한 얼굴로 미소 짖는 마눌님의 작은 몸뚱이를 여기저기 명령(?) 하는대로 찍어대고 눌러대는 무면허 안마사다 나는 무면허 건축가다 나는 무면허 정원사다 나는 ... 나는 ... 참으로 셀수도 없을 정도다 모르긴 몰라도 이땅에 살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다보니
엉성하긴해도 스스로 이거저것 다 배우고 처리하면서 살았다 하기야 독일국민들 대부분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는 부유해도 국민은
결코 부자가 될수없는 나라가 독일이다. 잘사는 사람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못사는 사람도 없다 다행히 사회 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수술하고 건강해 질때까지 침대에서 뒹굴다가 나오면 나머지는 보험회사 몫이다 솔직히 나같이 돈버는 재주없고 억척스럽지 못한 사람은 이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축복이다 그래서 늘 충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피곤하고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감사하며 살아갈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죄짖지 않고 살아갈수 있다는것 순수하고 좋은 마음으로만 살아갈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나는 엄청 부자다 매일 씨멘트 먼지에 코가 막히고 눈썹이 하얗게 변해도 가슴속 저 깊은곳에 사랑하는 마음과 내일을 걱정하지않고 소박하게 살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가슴 가득해 지는 행복을 간직해 본다 어느덧 정원에 가득히 떨어진 낙옆들... 가을이 온지도 모르게 세월은 또 그렇게 가고 있다 가슴은 아늑한 아쉬움으로 가득하고.. 후드득 후드득 어둠속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나이를 의식 못하는 주책없는 감성은... 또 울컥 가슴이 저려온다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하려는지! 어둠이 창문에 서성 거리고 창문을 두드리는 가을비에 문득 외로움이 스친다. [Bochum:scholle/20.0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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