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205

설야 (雪夜) ..김광균

설야 (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 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홀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Bochum:scholle/19.02.2011]

[시인들 세상] 2011.02.19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버릴수있다면..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버릴 수 있다면[글 / 류시화] 누가 말했었다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강에 버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것이라고...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 지는가! 흰 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가! 미소 지으며 다가 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것들.. 들꽃들은 왜 한적한 곳에서 그리도 빨리 피었다 지는것인가 강물은 왜 작은 돌들 위로 물살져 흘러 내리고 마음은 왜 나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가!... [Bochum:scholle/26.09.2010]

[시인들 세상] 2010.09.26

날마다 내 마음 바람 부네 /이정하

날마다 내 마음 바람 부네 /이정하 내 사는 곳에서 바람 불어 오거든 그대가 그리워 흔들리는 내 마음인 줄 알라. 유난히 별빛 반짝이거든 이 밤도 그대가 보고 싶어 애태우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사는 곳에서 행여 안개가 밀려 오거든 그대여..! 그대를 잊고자 몸부림치는 내 마음인 줄 알라 내 아픈 마음인 줄 알라. 영혼의 짝을 만나기 까지.. 사람은 외로운 존재다 영혼의 짝을 만난 다음에도 사람은 역시 외로운 존재다. Adagio appassionato for violin & orchestra in C sharp minor, Op.57 Leipzig Gewandhaus Orchestra Conducted by Kurt Masur Salvatore Accardo, Violin [Bochum:scholle..

[시인들 세상] 2010.09.02

밭 한 뙈기 / 권정생

밭 한 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Bochum:scholle/26.08.2010]

[시인들 세상] 2010.08.26

떠나 보낸 밤 / 이슬로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다 /원영애

떠나 보낸 밤 /원영애 목련꽃 핀 화사한 밤 청자빛 찻잔에 우린 달빛 주저앉은 달 그림자 두손으로 받혀 숨 멎은듯 그리워 이우는 밤 인연으로 적셨던 입술에 꽃 지는 소리 꽃 지는 소리 서럽게 꽃 지는소리 이슬로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다 /원영애 풀잎에 동그란 물방울 삶의 의미가 무었인가 화엄(華嚴)의 눈으로 생멸(生滅)의 도(道)를 읽고 자연(自然)과 윤회(輪廻) 파도위에 거품으로 사루는 물방울 같은것이 생(生)이라면 인연(因緣)이란 연(然)의 고리 외로워하고 슬퍼하며 아파하는 마음은 무었인가. 있는것도 아니요 없는것도 아니요 내것도 아니요 네것도 아니라면.

[시인들 세상] 2010.06.11

푸른 비 / 睡蓮 박현애

푸른 비 / 睡蓮 박현애 뒤척이다 나선 길 숲에 이르자 .. 찰방거리는 소리는 멈추고 산 속 어디선가 숨어 울던 하얀 비가 잎 새 속으로 섞이더니 푸른 비가 되어 내린다 우산 속의 나는 섞이지 못한 채 주르르 흐르는 빗물만 바라보고 있다 파랗던 날들이 비가 되어 흐르나보다 푸른 비에 젖는 날은 이렇듯 이름없는 들꽃처럼 쓸쓸하다 그러나 보아주는 이 있다면 사는 동안 행복하겠다 헤어지는 일이 어제의 일은 아니련만 푸른 비가 내리는 날엔... [Bochum:scholle/30.05.2010]

[시인들 세상] 2010.05.31

기도 / 나태주

기도 / 나태주 내가 ..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Bochum:scholle/19.04.2010]

[시인들 세상] 2010.04.19

사랑에게 /김석규

사랑에게 / 김석규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루나무 잎이 온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붙들려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만 떠돌려 하네 젖은 사랑의 잔잔한 물결 마음 바닥까지 다 퍼내어 비우기도 하고 스치는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게도 하면서 사랑이여... 흔적 없는 바람이었으면 하네 [Bochum:scholle/10.04.2010]

[시인들 세상] 2010.04.10

그대는 아는가 / 이정하

그대는 아는가 / 이정하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 였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수 없는 것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 [Bochum:scholle/05.04.2010]

[시인들 세상] 201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