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세상] 205

가을 서곡 / 박종영

"가을 서곡 / 박종영 " 가을의 첫 노래를 듣는다 문풍지 우는 소리에 한 겹씩 옷을 치장하는 창문 밖으로 새벽바람이 서성댄다 동동한 여름 이겨낸 손끝마다 물들여진 봉숭아 꽃물,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 밤을 새운 그리움이 금빛 햇살에 반짝인다 나는 무엇으로 이 가을을 대답할까? 담벼락에 등을 대면 서늘한 기운이 일어서고, 귀향의 길에서 차진 열매 하나 없이 허망한 가을을 맞아야 하는지를, 얻는 것과 버리는 것 모두 풍요하여 탐이 나는 세월, 한 움큼 푸른 구름 잡아 툭툭 헹궈내면, 가을꽃 향기는 한 줄 이별의 시를 쓴다. [Bochum:scholle/11.09.2009]

[시인들 세상] 2009.09.11

이별 연가 / 오현순

이별 연가 / 오현순 이제는 머물 수 없는 자리에 남겨진 미련은 거두어 드리리라 어느 날은 가슴 저리도록 사랑이라 했다 꿈결처럼 달콤한 시간 지워낼수 없는 사랑의 흔적 오선지 위에 선명하게 그려 넣고 기쁨의 노래 환상처럼 울려 퍼지기도 전에 벌써 이별이라 하네 서걱이며 돌아서는 몸짓이 아픔이라 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뚝 떨어진다.

[시인들 세상] 2009.08.25

아침의 향기 - 이해인

아침의 향기 -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 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 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Bochum:scholle/16.08.2009]

[시인들 세상] 2009.08.17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시인들 세상] 2009.08.09

삶 / 이동진

삶 / 이동진 우리는... 이렇게 기쁘게 살아야한다 눈 빛이 마주치면 푸른 불빛이 되고 손을 맞잡으면 따듯한 손난로가 되고 두 팔을 힘주어 껴안으면 뜨겁게 감동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 살아야한다 얼마나 길게 살것이라고 잠시나마 눈을 흘기며 살수있나 얼마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아픈것을 건드리며 살거나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한다 나 때문에 당신이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랑을 회복하며 그렇게 기쁘게 살아야한다 [Bochum:scholle/31.07.2009]

[시인들 세상] 2009.08.01

그대 지친 하루 기대고 싶은 날엔 /시 .김춘경

그대 지친 하루 기대고 싶은 날엔 / 김춘경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지친 하루 기대고 싶은 날엔 저녁놀 아름다운 강가에 서서 묵묵히 빛 밝혀 세상을 지켜 낸 태양보다 값진 어제를 바라다보자 그대 지나온 시간 보석처럼 빛나 강물 위에 소리없이 흐르고 지는 하늘 가득 고운 피땀으로 붉은 석양 수놓을 때 무거운 어깨 새 등을 타고 날아가리 오늘을 사는 이유 서러워 쏟아진 눈물 강둑을 메워도 불어나지 않고 흐르는 강물 바람도 잠든 이 저녁에 그대 밝은 내일 또 꿈꾸어 보자 함께 저물어도 슬프지 않을 아름다운 사람아.. [Bochum:scholle/22.07.2009]

[시인들 세상] 2009.07.22

꽃 봉우리 터뜨리듯

꽃 봉우리 터뜨리듯 / 이정자 순간 순간을 사랑하며 살기로 하자 가슴을 비워 햇살도 드려 놓고 꽃 향기도 받아내고 별빛도 드러와 반짝이다 가는 마음의 빈 터에 인정의 꽃밭하나 가꾸며 살자 머무르지 말고 청솔바람도 쉬어 가게 텅 비어 충만한 삶이게 하자 꽃봉오리 터뜨리듯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기로하자 고여 썩지 않게 흐르는 구름도 드러와 출렁이다 가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게 하자 [Bochum:scholle/12.07.2009]

[시인들 세상] 2009.07.12

빗방울 /장미숙

Chopin / Prelude, Op.28 No.15 in Db major 'Raindrop' 쇼팽 전주곡 제15번 ‘빗방울’ 빗방울 / 장미숙 나뭇잎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기억 속에 정들었던 향기 따라 창문을 여니 옮겨 심은 나무들 뿌리에게 숨어드는 흙 냄새구나 맨발로 달려나가 반기고싶어라 정답던 동무들과 뛰어 놀다가 소낙비에 젖는 푸른 언덕 냄새 다정한 향기에 잠기는 꿈속에 빗방울을 품어 안고 달리던 들길 방울방울 어리는 얼굴 그리워라..

[시인들 세상] 2009.06.18

안개속 / H.Hesse(1877∼1962)

안개속 / H. Hesse (1877∼1962) 안개 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수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고독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다...

[시인들 세상] 2009.06.16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않고 외롭지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 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을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 있을까.. Holland 의 ReneSee 의 해지는 저녁풍경

[시인들 세상] 200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