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곡 / 박종영 " 가을의 첫 노래를 듣는다 문풍지 우는 소리에 한 겹씩 옷을 치장하는 창문 밖으로 새벽바람이 서성댄다 동동한 여름 이겨낸 손끝마다 물들여진 봉숭아 꽃물, 누구에게 보이고 싶어 밤을 새운 그리움이 금빛 햇살에 반짝인다 나는 무엇으로 이 가을을 대답할까? 담벼락에 등을 대면 서늘한 기운이 일어서고, 귀향의 길에서 차진 열매 하나 없이 허망한 가을을 맞아야 하는지를, 얻는 것과 버리는 것 모두 풍요하여 탐이 나는 세월, 한 움큼 푸른 구름 잡아 툭툭 헹궈내면, 가을꽃 향기는 한 줄 이별의 시를 쓴다. [Bochum:scholle/11.09.2009]